[쿠키 사회] 한 번 뿐인 것이 인생 입니다. 청춘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절대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최선을 다하는 인생 아닐까요. 오늘 ‘노인의 날’을 맞아 젊은이도 감히 도전하기 힘든 ‘영어 동시통역사’의 꿈을 불태우고 있는 한 어르신을 통해 인생에 대해, 고령화사회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지난달 28일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한신코아 아파트에서 만난 정기환 옹(80·완산도서관 사랑모임회장)이 그 주인공 입니다.
오후 2시,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니 정 옹께서 현관문을 열고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손님을 맞기위해 양복 저고리를 점잖게 차려입었는데, 일생 몸에 밴 어르신의 예법입니다. 세월을 시샘하듯 너무 강건하십니다. 건강 비결을 물었더니, 걷기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합니다. 심심하지 않냐구요.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걸으면서 영어 외우기를 계속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계속해야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다고 귀띔합니다.
남원 수지가 고향인 정 옹의 학력은 초등학교가 전부 입니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지만 주경야독, 21세이던 1947년 교원검정시험에 합격해 평생 교직의 길을 걸었습니다. “모든 것이 어머니의 정성이었다”고 말하는 정 옹의 뒤쪽엔 어머니 사랑을 그린 자작시가 액자에 담겨있습니다. 그는 1997년 시조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순창 복흥초등학교 교장 시절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하는 등 교육자로서 열정을 다해온 그는 1993년 전주 팔복초등학교에서 46년 교직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동시통역사’를 향한 그의 제2 인생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1994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김기훈, 전이경 등이 금메달을 휩쓸었습니다. 이 때 정 옹은 틈틈이 닦아온 영어 실력으로 국제행사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입니다.
마침 19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닥쳤고, 이 때 국가 인정 영어통역자격을 획득했습니다. 그는 무주·전주동계U대회를 시작으로 2001 전주세계소리축제, 2002 전주월드컵, 2004 군산국제자동차엑스포 등에서 영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일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좀더 제대로 알리겠다며198쪽짜리 한국 영문안내서 ‘Facts About Korea’를 그동안 16회나 암기했다니, 열정이 남다릅니다.
그의 목표는 두가지 입니다. ‘영어 동시통역사’ 자격 취득과 자신의 ‘영어시조집’ 출간 입니다.
사실 동시통역사는 젊은이들도 이루기 힘든 너무 어려운 도전 입니다. 그러나 정 옹은 앞으로 10년 안에 그 목표를 이룰 계획 입니다. 나이는 그에게 장벽일 수 없습니다.
그의 꿈은 분명히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7년전부터 캐나다인 영어강사와 함께 공부하며 실력을 담금질하고 있거든요. 또 전북외국어 통·번역회 영어팀장인 그는 완산도서관과 금암도서관에서 일주일에 4개의 통역 동아리를 이끄는 등 열정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초고령화사회가 빨라진다고 야단법석입니다.
정 옹은 해법을 제시해 줍니다. “노년기를 ‘황혼기’가 아닌 ‘황금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부터 퇴임 이후의 인생 목표를 정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전북일보 김재호(jhkim@jja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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