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한 가지 쯤은 다룰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건 내 꿈이었다. 내 꿈을 아이에게 반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기교육을 한 가지 쯤은 시켜줘야 겠다는 생각에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보내게 되었다.
학원 하나 보내는 걸로 유별난 사교육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 다행히 아이는 피아노를 즐겁게 받아들였고, 피아노 학원 가는 일을 재미있어 했다.
선생님도 볼 때 마다 아이에 대한 칭찬을 잊지 않았다. 어느 선생님이고 아이를 칭찬하는 것이 부모들을 기쁘게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처신하는 게 몸에 배였겠지만, 이 선생님은 진심으로 아이를 칭찬해 주었다. 그런 칭찬이 힘이 되어 아이는 더 열심히 피아노를 연습했다.
아이는 집에 오면 베게 위에 열 손가락을 펴고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 실력을 보여주었고, 베게 피아노는 입으로 "띠리리~"소리가 나는 구조의 모습이었다. 밤마다 베게를 펼쳐놓고 피아노 연습하는 모습이 안스러워 멜로디 혼을 하나 사주었다. 그런데 갸날픈 숨으로 후~후~ 불어대는 모습이 또한 안스럽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큰 맘 먹고, 피아노를 한대 구입했다.
피아노 사면 먼지만 수북히 쌓여요, 나중에 빨래걸이로 밖에 안써요.. 등등 회사 동료들의 방해공작에도 아랑곳 않고 일을 저지른 건, 나의 로망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어릴 적 언니 옆에서 곁눈질로 배웠던 피아노! 어릴적 신나게 뚱땅 거렸던 피아노를 다시금 쳐보고 싶었다. 제대로...
소리는 예전의 피아노 보다 더 고급스럽지만 크기는 더 작고 아담하고 깔끔한 디지털 피아노를 앞에 두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옛날 부의 상징이었던 아날로그 피아노. 몇 백만원씩 주고 구입했었던 피아노를 요즘 중고로 넘기면 2~30만원 밖에 안쳐준다는데, 그 가격의 5배나 더 주고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하고 보니 예전 피아노에 대한 동경도 일어났다. 시대가 좋아지고 기술도 더 좋아지니 디지털이 말도 못할만큼 기능이 상승되고 빈틈 없겠지만, 아날로그와 같이 인간적인 풋풋함은 없지 않은가. 디지털에 애정을 느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와 나는 번갈아 가며 피아노를 연습한다.
2007년 새해 목표 중 한가지 "다룰 수 있는 악기 한가지 정도.."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 밤 나는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메인타이틀을 '뚱땅'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