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6시가 되자,
마치 6시가 되기만을 하루 종일 기다렸다는듯이
흔들어 놓은 탄산음료의 캔을 딴 것처럼
방송사마다 자체 조사한 출구조사 결과들이
폭탄처럼 쏟아져 나왔다.
굵직한 성우의 음성으로 서울 한나라당xxx, 경기 한나라당xxx,
경북 한나라당xxx...
타이프를 치듯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선거 예상결과를 들으며
숨이 탁 막혀왔다.
서울 전역과 전국의 대부분 지역을 휩쓸어 버린
허리케인과도 같았던 일개당의 점거가
승리라고 하기엔 씁쓸하고
우롱당한것 같아서 기분이 상한다.
"국민의 심판이다"라고 스스로의 결정에 만족한 웃음을 짓는
유권자들이 내 가족들이고 내 이웃들이다.
구의원인지 시의원인지.. 뭐가뭔지 모르는
6개의 도장을 찍어야 하는 일에
한가지 번호로 일관되게 밀어붙인 그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결코 한나라당이 싫고 우리당이 좋고...
그런 개념 조차 없다.
우리나라에서 "당"의 의미는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이치가 정치에선 확연히 들어맞는것 같았다.
집으로 배달된 선거유인물을 근 1~2시간을 앉아서
공들여 샅샅이 훑어 보았다.
재산이 얼마인지, 무슨일을 했었는지, 과연 무슨일을 하겠다고 주장하는지
어느 학교 나왔고, 어디 살고, 종교는 무엇인지 까지 빠짐없이 다 보았다.
한나라당, 우리당, 민노당, 무소속 할것 없이
내 입맛에 맞고, 나한테 유리할 것 같은 사람을
뽑았다.
내 편협한 주관만으로 선택을 했기에
그게 반드시 옳은 선택은 아니겠지만
선거에 옳고 그름이 어디있겠는가.
"나한테 유리한" 이라는 이기적인 단서조항이
무작정 현정권이 싫어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뽑는것보다는 적어도 백배 천배는 나을거란 생각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나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엔 다수일 거라는
착각도 잠시 해보았었다.
당연히 내가 선택한 사람들은 하나도 안된것 같다.
공들여 후보를 선택하고
정성껏 그들에게 한표를 선사했지만
결국 돌아온 결과는 획일화되고 예정되었던
어부지리 인물들 뿐이다.
정치에 무심한 편이지만,
그래도 국민의 한사람이라서, 의무에 소홀하기 싫어서
내 귀한시간 아껴서 최선을 다했는데
이젠 정말 정치가 싫어지려 한다.
소신과 비젼 보다는
운 좋은 당 선택이 정치인의 운명을 만드는
낙후된 정치 문화가 나는 정말 싫다.